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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소식

제목 9월의 활동소식 등록일 2016.10.07 14:00
글쓴이 다문화 너머서 조회 1077

<후원금 1만원이 만들어낸 특별한 변화 >


토요학교에서 다문화어린이들에게 한글과 국영수를 가르치기 시작한 지 6년이 넘었습니다.
2010년 첫 해엔 사실상 피아노교실만 운영했고,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학습지도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한 권의 교재를 복사해서 4~5명이 함께 사용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래서 그땐 한글교재나 평가문제집에 어린이가 직접 답을 쓰지 못하게 했고, 복사한 종이에만 연필로 쓸 수 있도록 했지요. 당연히 한글교재에 부록으로 붙은 스티커엔 손을 델 수 없었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써야하는 책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다가 2-3년 전부터 너무너무 열심히 공부하러 나오는 어린이들에게 특별히 <자기만의 교재>를 선물하였고, 그 아이들은 새 책에 직접 답을 달고, 스티커도 붙일 수 있다는 사실에 아주 즐거워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사회의 어린이와 학생들이 집에 많은 교재를 사놓고도 별로 귀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우리 너머서 어린이들이 <자기만의 교재>에 대해 많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저는 처음에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1만원 쯤 하는 <자기 교재>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80% 이상 출석하는 어린이들게겐 자기만의 교재를 정해주고, 열심히 나오지 않거나, 최근에 나온 어린이들은 두 명이 함께 한 권의 교재를 사용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를 따라 목동으로 이사간 유리는, 매주 1시간 넘게 지하철을 타고 공부하러 옵니다. 유리는 저희가 선물한 그 문제집으로 주중엔 집에서도 공부를 합니다. 3학년 수빈이는 이제 100점도 맞고, 이번 학기엔 반장이 되었습니다.
나온지 얼마 안되는 영이는 다른 아이와 함께 문제집을 사용하도록 했더니, 욕심이 났는지 매주 미친듯이 문제를 풉니다. 마치 자기가 먼저 그 문제집의 모든 문제를 풀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각각 5학년과 6학년인 설이와 동생은 3년전부터 자기 문제집으로 꼼꼼히 공부하고 있는데요, 태도 면에서 많이 당당해졌고 학교생활에도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최근에 토요학교에 등록한 대희라는 6세 어린이는 앉은 자리에서 한글교재 1권을 통째로 풀어 버리는 바람에, 가르치는 고교생이 많이 놀랐다고 합니다. 이렇게 토요학교에 자신 만의 교재가 있고, 자신을 가르칠 선생님이 있다는 건, 우리 아이들의 생활에 큰 변화를 일으킵니다.

아쉽게도 다문화가정의 부모님들은 서점에서 아이의 교재를 선택하고 구입하는 데 어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물론 아이를 직접 가르치기도 어렵습니다. 그럼 학원엘 보내야 하는데.. 일반 학원은 물론 주1회 방문해서 10~20분 공부를 봐주는 선생님을 부르기에도 경제적으로 힘들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토요학교에서 1만원 하는 자기만의 교재를 갖고 고교생, 대학생 선생님과 30분에서 1시간까지 공부할 수 있다는 건 학원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물론 아이가 열의를 갖고 있을 경우에만 그렇지요..
그런데 누구든 우리 토요학교를 한번 방문해 본다면, 우리 아이들의 <공부 열기>가 진지하다 못해 특이하기까지 하다는 데 모든 분들이 동의하실 것입니다. 꼭 <결핍>이라는 단어를 거론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한국사회의 어린이, 청소년들은 대부분 너무 많은 교재와 사교육에 압도당하고 있다지만, 이곳 너머서 토요학교는 그런 교육의 청정지대이고, <나를 가르쳐주는 고교생 선생님>에게 고맙고, <후원금 1만원으로 선생님이 사다준 교재>가 너무 너무 귀한 곳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봉사학생들과 후원자님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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